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일을 시작한 지 두 시간도 안 됐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이 먼저 알았을 텐데, 호주는 시스템 자체가 달라서 첫 번째 연락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잠깐 멍했습니다. 두 아이를 호주 초등학교에 보내며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그 과정에서 배운 대처법을 정리했습니다.
실제로 겪은 세 가지 에피소드
첫째가 꽃가루 알레르기(Hay Fever)가 심합니다. 환절기만 되면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눈이 빨개지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호주 학교에서는 부모가 임의로 약을 가방에 넣어 보내도 아이가 직접 복용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Medical Authorization Form이란 학교가 아이에게 약을 투여할 수 있도록 부모가 사전에 작성하는 동의서를 말합니다. GP나 약국에서 약을 구입한 뒤 처방 문서와 함께 이 동의서를 작성해서 학교 프론트 오피스에 약을 맡겨두면, 아이가 증상을 보일 때 First Aid 담당자가 확인 후 약을 줄 수 있습니다. 매년 환절기 전에 이 서류를 미리 갱신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 전에는 둘째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2주가 채 안됐을 때, 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Sick Bay에 있다는 이메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운동장 진흙탕에 넘어져 옷이 완전히 젖고 더러워진 것이었습니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이메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둘째 옷을 갈아입혀 주고 더러워진 옷은 봉지에 깔끔하게 싸서 보냈습니다. 학교 셔츠를 대신 입혔으니 세탁 후 반환해 달라는 안내 메일도 함께였습니다. 그 세심함에 감사했습니다.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첫째가 Year 2일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놀다가 머리를 부딪혀 넘어졌다는 급박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학교 측에서 뇌출혈 등 혹시 모를 위험이 있으니 즉시 구급차(Ambulance)를 불러야겠다고 했습니다. 너무 놀란 마음을 겨우 다잡으며 그러시라고 답한 뒤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정말 감사했던 것은 OSHC(방과후 돌봄) 디렉터 선생님이 제가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 곁을 지켜주셨다는 것입니다. 정밀 검사를 받는 동안 함께 있어주시고, 제가 도착하자 당시 상황을 차분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하지만, 신속하고 책임감 있는 대처에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호주 교육부 안전 지침에 따르면 학교 내 머리 부상은 경미해 보여도 즉각적인 의료 평가가 권고됩니다. 두부 외상은 초기 증상이 없어도 수 시간 내에 증상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학교가 과잉 대응처럼 보이더라도 구급차를 부르는 판단이 정당합니다. 사고 당시에 아이와 통화를 하니 아이는 괜찮다고 해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에 대해 알고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출처: Department for Education South Australia - Student Wellbeing)
학교 연락 시스템, 어떻게 작동하나
호주 학교는 입학 시 제출한 긴급 연락처(Emergency Contact) 순서대로 연락을 돌립니다. 1순위가 받지 못하면 2순위, 3순위로 넘어갑니다. 저희 집은 남편 직업 특성상 업무 중 연락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제가 1순위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2순위는 남편, 그다음은 시삼촌과 할머니 순으로 등록해뒀습니다.
이민자 가정이나 주변에 가족이 없는 경우, 긴급 연락처를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소 3명 이상을 등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지인이나 가까운 이웃에게 미리 부탁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전에 첫째와 친한 친구의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둘째가 학교에 가게 됐는데, 긴급연락처에 제 디테일을 넣어도 되냐고 물어보더군요. 엄마쪽 부모님들은 타주에 살고 있고, 아빠의 부모님들은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안되어 그런것이었습니다. 저는 흔쾌히 괜찮다고 했어요. 학교 연락을 아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아이가 Sick Bay에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연락 방식은 전화가 먼저이고, 받지 못하면 이메일이나 앱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학교 번호로 오는 전화는 되도록 빠르게 받는 것이 좋습니다. 업무 중이라도 학교 번호가 뜨면 일단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오늘 보낼까 말까, 등교 판단 기준
아침마다 아이 컨디션을 보며 오늘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날이 있습니다. 몇 년간의 경험으로 세운 기준입니다.
열(Fever)이 있으면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열이 있는 채로 보냈다가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바로 픽업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두 번 있었습니다. 출근 후 두 시간 만에 다시 픽업을 가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그때 알았습니다. 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처음부터 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낫습니다. 호주 학교 기준으로 38도 이상이면 등교 불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토나 설사가 있었다면 증상이 멈춘 후에도 최소 24시간, 학교에 따라 48시간 동안 등교를 금지합니다.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된 것이 확인된 뒤 보내야 합니다. 이 규정은 학교마다 입학 시 안내문에 명시되어 있으니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콧물이나 기침, 컨디션이 약간 저하된 정도라면 일단 보냅니다. 학교에서 힘들면 Sick Bay에 가서 쉬고, 상태가 나아지면 교실로 돌아갑니다. 나아지지 않으면 부모에게 픽업 요청 연락이 옵니다. 아이가 스스로 Sick Bay를 찾아가는 것을 너무 어릴 때부터 가르쳐두면 좋습니다. 첫째는 Year 1 때부터 혼자 Sick Bay에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습니다.
호주 보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발열(38도 이상), 구토, 설사, 특정 발진이 있는 경우 다른 아이들의 전염 방지를 위해 회복 후 일정 기간 등교를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학교 입학 안내문(Enrolment Pack)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출처: SA Health - Exclusion from School Guidelines)
[이미지: 학교 프론트 오피스에서 약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모습]
미리 해두면 좋은 것들
두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모든 것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 긴급 연락처 3명 이상 등록, 번호 최신 상태 유지
- 알레르기나 지병이 있다면 Medical Authorization Form 사전 제출
- 학교에 보관할 약은 매년 유통기한과 처방 문서 갱신
- 학교 연락 앱(Seesaw, Szapp 등) 알림 켜두기
- Sick Bay 위치를 아이에게 미리 알려두기
- 여벌 옷 한 벌을 학교 가방에 항상 넣어두기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실용적입니다. 둘째가 진흙탕에 넘어져 옷이 젖었을 때 학교 여벌 셔츠를 입고 왔는데, 그때 아이 가방에 여벌 옷이 있었다면 더 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학년 (Reception - Year2)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여벌옷을 함께 보내달라고 합니다. 저도 그 날 이후로는 항상 여벌 옷 한 세트를 넣어두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학교에서 구급차를 부르면 비용은 누가 내나요?
호주에서 구급차 비용은 주마다 다릅니다. SA주의 경우 SA Ambulance Service 가입이 없으면 구급차 이용 비용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연간 가족 가입비가 부담이 크지 않으니 미리 가입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약을 먹어야 할 때 어떻게 하나요?
GP나 약국에서 약을 구입한 뒤 Medical Authorization Form을 작성해 약과 함께 학교 프론트 오피스에 맡겨두면 됩니다. 부모가 임의로 아이 가방에 약을 넣어 보내도 학교에서는 아이가 직접 복용하게 할 수 없습니다.
구토 후 24시간 등교 금지 규정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학교 입학 시 받는 Enrolment Pack 또는 학교 웹사이트의 Health Policy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A Health 공식 사이트에서도 학교 제외 기간 가이드라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