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첫 운동회 날, 교문 앞에서 멈칫했습니다. 온몸에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형형색색의 가발을 쓰고, 반짝이 스커트를 입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등교하는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한국에서 운동회라고 하면 줄을 맞춰 앉고, 단체 매스게임을 연습하던 기억이 전부인 저에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풍경이었습니다. 호주 학교의 Sports Day가 한국 운동회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하우스 시스템, 7년 동안 같은 팀입니다
호주 학교 Sports Day를 이해하려면 먼저 하우스 시스템(House System)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하우스 시스템이란 영국 교육 전통에서 유래한 제도로, 학생들을 입학 시 4개 팀 중 하나에 배정하고 졸업할 때까지 같은 팀에 속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처럼 매해 청팀·백팀으로 나뉘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배정된 팀이 7년 내내 유지됩니다.
저희 아이들 학교의 경우 네 팀으로 나뉩니다.
- Cleland — 빨간색
- Devenport — 파란색
- Glesson — 초록색
- Waite — 노란색
첫째는 Reception 때 Devenport 팀으로 배정됐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파란 팀입니다. 그리고 형제자매는 자동으로 같은 팀에 배치됩니다. 둘째가 7월에 입학하면 역시 Devenport 팀이 됩니다. 이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다른 팀이면 Sports Day 날 집에서 편이 갈릴 수 있으니까요.
7년을 같은 팀에서 보내면 무언가 다른 것이 생깁니다. 단순히 운동회 날 같은 색 티셔츠를 입는 것을 넘어, 선배가 후배를 챙기는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Sports Day 날 고학년 형·누나들이 어린 동생들의 신발끈을 묶어주거나, 손을 잡고 경기 장소로 데려다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제도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국 교육 연구에 따르면 하우스 시스템이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학교 소속감과 친사회적 행동 지수에서 그렇지 않은 학교 학생들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7년간의 소속감이 아이에게 주는 것이 생각보다 깊습니다. (출처: The Key Support for School Leaders, UK)

한국 운동회 vs 호주 Sports Day, 무엇이 다른가
두 나라 운동회를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차이를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
한국 운동회는 협동과 단합이 중심입니다. 박 터뜨리기, 줄다리기, 파도타기, 단체 매스게임처럼 전교생이 함께 움직이는 종목이 핵심입니다. 연습도 미리 여러 번 합니다. 반면 호주 Sports Day는 정식 명칭이 Athletics Carnival(육상 카니발)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트랙 앤 필드(Track & Field) 중심입니다. 100m·200m 달리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투포환 같은 실제 육상 종목으로 개인 기록을 측정하고 하우스 점수를 쌓습니다. 어린 학년들을 위해서는 자루 달리기(Sack Race), 계란 스푼 얹고 달리기(Egg and Spoon Race), 터널볼(Tunnel Ball) 같은 노벨티 경기(Novelty Events)도 함께 운영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차이는 등수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달리기 1·2·3등에 도장을 찍어주는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호주에서는 달랐습니다. 아무리 느리게 들어와도, 경기 중에 넘어져도, 끝까지 완주만 하면 하우스 텐트 전체가 떠나가라 환호성을 지릅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스포츠 자체를 즐기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 운동회 달리기에서 꼴찌를 하면 눈치를 봐야 했던 제 기억이 겹쳤습니다.
부모의 역할도 다릅니다. 한국은 부모가 계주 선수로 뛰거나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온 가족이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는 가족 대잔치 분위기입니다. 호주에서는 부모가 경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잔디밭에 캠핑 의자를 펴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관람합니다. 점심도 각자 해결하거나 학교에서 파는 소시지 빵으로 간단하게 때웁니다. 한국식의 끈끈하고 정겨운 마을 잔치 분위기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아이가 온전히 주인공인 무대를 편안하게 응원하면 된다는 점은 분명히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팀 색깔 티셔츠, 미리 사두세요
Sports Day 준비에서 가장 현실적인 팁이 있습니다. 팀 색깔 티셔츠를 미리 구입해두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고 있다가 Sports Day 일정을 안 직후 파란 셔츠를 사러 다녔는데, 이미 근처 가게에서 파란 셔츠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팀 색깔 티셔츠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학교 유니폼샵에서 학교 로고가 새겨진 공식 티셔츠를 사는 경우 약 $30 정도 입니다. Kmart나 Target 같은 대형 마트에서 로고 없이 해당 색깔의 평범한 티셔츠를 구입하면 $5~$10으로 훨씬 저렴합니다. 로고가 없어도 Sports Day에 입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Kmart에서 파란 티셔츠를 샀고, 첫째가 크면 둘째도 입힐 계획입니다.
첫째의 첫 운동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관람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집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간 줄 알고 울먹이던 아이 얼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아홉 살이 된 첫째는 엄마가 오는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 처음 학교에 들어가는 둘째를 위해서는 자원봉사를 신청해서 응원도 하고 경기 운영도 도울 생각입니다. 첫 운동회가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면서요.
자주 묻는 질문
하우스 팀은 어떻게 배정되나요?
Reception 입학 시 자동으로 배정됩니다. 형제자매는 같은 팀에 배치됩니다. 한번 배정되면 졸업할 때까지 같은 팀입니다. 배정 결과는 학교에서 별도로 안내해줍니다.
팀 색깔 티셔츠는 꼭 학교 유니폼샵에서 사야 하나요?
아닙니다. Kmart, Target 등에서 해당 색깔 티셔츠를 $5~$10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Sports Day 시즌에는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니 일정 공지 후 바로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부모도 Sports Day에 참여할 수 있나요?
관람은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운영을 돕고 싶다면 학교에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 됩니다. 한국 운동회처럼 학부모 경기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