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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Book Week란 무엇인가 (코스튬, 퍼레이드, 독서 문화)

by jamieseo1999 2026. 7. 5.

 

슈퍼마켓에 갑자기 캐릭터 의상들이 쭉 진열돼 있는 걸 보고 이게 뭔가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핼러윈도 아닌데 왜 이렇게 코스튬이 많지? 그때 직장 동료가 물었습니다. "Book Week 준비 다 했어?"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그게 뭔지조차 몰랐습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저에게 Book Week는 완전히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접한 Book Week, 몇 년째 준비하다 보니 이제는 연간 행사 중 제가 제일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됐습니다.

Book Week가 뭔지 몰랐던 첫해

여기서 Book Week란 호주 어린이 도서 협회(CBCA, Children's Book Council of Australia)가 매년 8월 셋째 주에 주관하는 독서 장려 행사입니다. 1945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속 캐릭터 의상을 입고 학교에 오는 코스튬 데이와 퍼레이드가 핵심입니다. 한국의 독서 주간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코스튬을 직접 입고 퍼레이드까지 한다는 점에서 참여 방식이 훨씬 적극적입니다. (출처: Children's Book Council of Australia)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처음 Book Week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다들 아이가 있어서 미리 챙겨줬습니다. 인기 캐릭터 의상은 금방 팔리니 일찍 준비해야 한다고요. 세 살이던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또래 남자아이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캐릭터라 그랬는지, 슈퍼마켓에 가보니 스파이더맨 의상이 이미 거의 없었습니다. 남은 것들은 아이 사이즈보다 너무 크거나. 온라인 주문은 배송 기간이 Book Week를 맞추기에 너무 길었습니다. 첫해부터 의상 전쟁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결국 첫째의 첫 Book Week 의상은 팬더가 됐습니다. 당시 즐겨 읽던 Old MacDonald Had a Farm에 여러 동물이 등장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사실 팬더는 그 책에 등장하지 않지만, 아이가 좋아했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Book Week 의상이 반드시 책과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책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면 충분합니다.

 

올해 Book Week 일정에 대해 알려주는 학교 뉴스레터
올해 Book Week 일정에 대해 알려주는 학교 뉴스레터

해마다 달라지는 의상, 쌓이는 추억

첫째의 Book Week 의상 역사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해 팬더, 이듬해는 Tiger came to tea라는 책을 한창 즐겨 읽던 시기라 호랑이 의상을 입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첫 Book Week 때는 공룡 다큐멘터리와 백과사전을 달고 살던 시기여서 공룡 의상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미니언즈였습니다.

 

작년 미니언즈 의상 준비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이즈에 맞는 것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째와 함께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노란색 후드 티 뒤에 멜빵바지를 그려 붙였습니다. 모자에는 미니언즈 안경을 그려 붙이고, 한 손에는 바나나를 들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각자 만든 의상을 만들어 입은 것을 보며 아이들은 즐거워했습니다. 손재주가 없는 제가 아이와 함께 만들었으니 완성도는 낮았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눈 대화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으면서 보낸 시간이 완성된 의상보다 더 남는 것 같습니다.

 

직장 동료 중 손재주가 좋은 분이 있었는데, 매년 Book Week마다 딸 의상을 직접 만들어왔습니다. 한 번은 빨간 모자와 늑대 동화의 빨간모자 의상을 직접 만들어서 회사에 보여줬는데, 다들 감탄했습니다. 저도 속으로 재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퍼레이드를 보면 엄마 아빠가 직접 만든 세미 프로 수준의 의상들이 꽤 많습니다. 호주 부모들이 이 행사를 얼마나 진심으로 준비하는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둘째는 나비를 좋아해서 나비 날개 의상으로 어린이집 Book Week에 참여했습니다. 첫째와 달리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라 의상 입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비 날개를 달아주니 신나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연결되면 아이도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작년 Book Week 때 직접 만들어 입은 미니언즈 의상
작년 Book Week 때 직접 만들어 입은 미니언즈 의상

의상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

Book Week를 몇 년 경험하면서 이 행사가 단순히 예쁜 의상을 입고 퍼레이드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의상을 준비하면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요즘 어떤 책이 좋아? 어떤 캐릭터로 입고 싶어? 그 대화 속에서 아이가 어떤 이야기에 빠져있는지, 어떤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는지가 보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독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학교 도서관 선생님들도 Book Week를 진심으로 준비합니다. 작년 퍼레이드에서 도서관 선생님들이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들을 테마로 각자 의상을 맞춰 입고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속 세계를 어른들이 함께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독서 교육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신체적으로 몰입하는 경험이 그 책에 대한 기억과 애착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캐릭터가 되어보는 경험이 독서 동기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2023년 CBCA 조사에서 Book Week 참여 학생의 74%가 행사 이후 관련 도서 대출이 증가했다고 보고됐습니다. (출처: Children's Book Council of Australia)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해리포터 의상이 매년 퍼레이드의 절반을 차지하다시피 합니다. 물론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좀 더 다양한 책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퍼레이드를 채운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더 넓은 독서 세계가 퍼레이드에서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Book Week 의상 준비 팁

  • Book Week는 매년 8월 셋째 주. 늦어도 7월 초부터 준비 시작
  •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등 인기 캐릭터 의상은 7월 이전에 소진되는 경우 많음
  • 온라인 주문 시 배송 기간 2~3주 여유 있게 계산
  • 사이즈가 없으면 박스와 그림으로 만드는 DIY도 좋은 방법. 아이와 함께 만드는 과정 자체가 추억
  • 의상이 책과 100% 일치하지 않아도 됨. 좋아하는 책이나 이야기에서 영감받은 캐릭터면 충분

자주 묻는 질문

Book Week는 언제 열리나요?
매년 8월 셋째 주에 열립니다. CBCA(호주 어린이 도서 협회)가 주관하며 전국 대부분의 학교와 유치원이 참여합니다. 의상은 최소 한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상이 반드시 책과 관련이 있어야 하나요?
엄격하게 책과 일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책에서 영감받은 캐릭터라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기준으로 고르면 됩니다.

 

의상을 직접 만들어야 하나요?
전혀 아닙니다. 슈퍼마켓이나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직접 만드는 경우는 사이즈가 없거나 독특한 의상을 원할 때입니다. 만드는 과정을 아이와 함께하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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