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서 혼자 후회해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절대 화내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목소리가 높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그 순간 말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이 글에서 화내는 엄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가 시도했던 것들과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을 정리합니다.
문틈에 낀 손가락, 그날이 전환점이 됐습니다
첫째가 세 살 때였습니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짜증이 심해지는 아이라 꼭 재워야 했는데, 집에서는 잘 자지 않아서 차에 태우는 방법을 썼습니다. 드라이브를 하면 어김없이 잠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반복되니 아이가 눈치를 챘습니다. 드라이브 가자고 하면 자기 싫다며 따라나서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30분 넘게 달래고 설득하다 겨우 문을 나섰는데, 아이가 갑자기 드라이브는 싫고 스쿠터를 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화가 올라올 대로 올라와 있던 저는 큰 소리로 나무랐습니다. "이제 드라이브 하러 나왔는데 무슨 스쿠터야, 얼른 가!" 우는 아이를 밀쳐내고 문을 쾅 닫으려는 순간, 울던 아이가 순식간에 문으로 뛰어왔습니다. 새끼손가락이 문틈에 끼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저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손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손톱에 멍이 들었습니다. 그날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백 번도 넘게 했습니다. 제 화를 주체하지 못해 아이를 다치게 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때 다친 손톱은 아직도 모양이 조금 어그러져 있습니다. 아기 때 일인데 아이는 그걸 기억합니다. 그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일 이후로 다짐했습니다. 화 때문에 아이를 다치게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나중에 알고 보니 전문가들도 부모의 분노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화를 조절하지 못할 때 아이는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받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불안 수준과 애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날 문틈에 낀 손가락이 저에게 그 사실을 몸으로 가르쳐줬습니다. (출처: Gottman Institute - Parental Anger)
아침마다 다짐했지만, 한 시간도 안 돼서 무너졌습니다
그 일 이후로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다짐했습니다. 오늘은 화내지 말아야지, 짜증내지 말아야지. 그런데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높아진 제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첫째와의 갈등은 주로 루틴에서 생겼습니다. 가방을 미리 챙겨두지 않거나, 옷을 아무 곳에나 던져두거나, 아침에 학교 갈 준비가 늦어지는 것들이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인데 매일 같은 상황이 생기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매일 똑같은 잔소리의 반복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대신, 해야 할 것을 미리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왜 아직도 가방 안 챙겼어"가 아니라 "학교 가기 전에 가방부터 챙기자"로. 그리고 제한 시간을 정해줬습니다. 아침에 학습지를 하는 아이에게 "20분 안에 끝내도록 하자"라고 미리 말해두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니 집중력도 올라가고 시간이 잘 지켜지는 편이 됐습니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리워드 차트였습니다. 냉장고에 매일 해야 할 일 목록을 붙여두고 아이들 스스로 체크하게 했습니다. 했으면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진지하게 참여했습니다. 스스로 확인하고 체크하는 과정이 성취감을 만들어줬고, 제가 리마인드할 일도 줄었습니다. 화를 낼 상황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라고 합니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것보다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 인정해주는 것이 아이의 행동을 더 효과적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리워드 차트가 정확히 그 원리였습니다. 몰랐는데 맞는 방향을 찾고 있었습니다. (출처: APA - Positive Reinforcement in Parenting)
호주에서 배운 것, 아이의 말을 가로막지 않는 것
제가 자랄 때 한국의 육아 환경은 강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른에게 의견을 표현하면 버릇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틀린 말을 해도 일단 윗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생활하면서 달랐습니다. 직장에서도,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했습니다. 상하 위계질서에 가로막혀 눈치를 보기보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가지 꼭 지키려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가로막거나 버릇없다고 나무라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일리 있는 말을 하면 경청합니다. 물론 위험하거나 명백히 잘못된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를 덜 내게 된 것도 이것과 연결됩니다. 아이 말을 먼저 들으면, 화가 날 상황이 줄어듭니다. 아이가 왜 그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알면, 그냥 나무라는 대신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화는 대부분 소통이 막힌 자리에서 생겼습니다.
자기표현 능력(Self-Expression)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자존감에 직결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는 갈등 상황에서도 더 건강하게 대처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환경을 만들어줄 때 이 능력이 자란다고 강조합니다. 제가 화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국 아이의 자기표현 능력을 키우는 것과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완벽한 날은 아직도 없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다짐하고 무너지는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틈에 낀 그 손가락을 기억하며, 조금씩 다르게 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