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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보다 관계 회복이 먼저인 이유 — 신뢰·공감·연결

by jamieseo1999 2026. 6. 8.

훈육하는 부모
훈육하는 부모

아이가 잘못했을 때 바로 훈육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아이가 무엇이 잘못인지 모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관계가 틀어진 상태에서 하는 훈육이 아이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웠습니다. 훈육이 효과를 내려면 관계가 먼저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관계가 틀어진 상태에서 한 훈육이 역효과를 냈습니다

준이가 여덟 살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준이가 이유 없이 예민한 날이었습니다. 간식을 달라는 것을 조금 기다리라고 했더니 짜증을 냈고, 동생 지안이에게 과하게 화를 냈습니다. 저도 그날 피곤했던 터라, 준이의 태도에 바로 반응했습니다. 왜 그렇게 화를 내, 동생한테 그러면 안 되지. 말투가 단호했고, 준이는 더 닫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그 상태에서 따라 들어가 훈육을 이어갔습니다. 동생에게 왜 그랬는지 설명하라고, 사과해야 한다고. 준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말을 할수록 준이는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훈육은 결국 서로 기분만 나쁜 채로 끝났습니다. 사과도 없었고, 이해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날을 돌아봤습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뭔가 힘든 일이 있었을 수 있었는데, 저는 그것을 먼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예민한 것을 문제 행동으로만 봤습니다. 그 상태에서 훈육을 하니, 준이 입장에서는 힘든데 혼까지 난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어떤 말도 닿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준이가 일어났을 때 어제 있었던 일을 꺼내지 않고 잘 잤어?로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어제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준이가 잠깐 있다가 말했습니다. 친구랑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전날의 행동이 이해됐습니다. 그리고 그 맥락 안에서 동생에게 화를 낸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준이가 이번엔 들었습니다. 마음이 열린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감정 코칭 연구에서 존 가트만은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면 먼저 감정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감정이 무시되거나 차단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훈육은 아이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내면의 이해와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관계가 회복된 상태에서 하는 대화가 훈육보다 훨씬 깊이 닿는다는 것입니다. (출처: Gottman Institute - Emotion Coaching)

관계를 먼저 회복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 이후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아이와 관계가 틀어졌다는 느낌이 들면, 훈육보다 연결을 먼저 시도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준이가 화가 나서 방에 들어가면, 바로 따라 들어가지 않습니다. 잠깐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준비가 됐을 것 같을 때 조용히 들어가서 옆에 앉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있습니다.

처음엔 그 침묵이 어색했습니다. 뭔가 말해야 할 것 같고, 훈육을 지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있으면 준이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 이야기가 나온 다음에야 전날의 행동을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서가 중요했습니다.

지안이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안이가 떼를 쓰거나 울 때 바로 안 돼를 말하면 더 크게 웁니다. 그런데 먼저 안아주거나 옆에 앉아서 울어도 괜찮아라고 하면, 울음이 잦아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이후에 왜 그런지를 이야기하면 지안이도 이해하려 합니다. 마음이 받아들여진 상태에서는 말이 통합니다.

연결이 먼저라는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크게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준이가 어떻게 했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참고 먼저 많이 속상했겠다라고 했습니다. 준이가 잠깐 멈추더니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이 나온 후에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연결이 먼저였습니다.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는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학습과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상태, 즉 혼날 것 같은 상태에서는 아이의 뇌가 방어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이성적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안전하고 연결된 상태에서만 아이는 부모의 말을 진짜로 들을 수 있습니다. (출처: APA - Attachment and Parenting)

훈육은 관계 위에서 작동합니다

관계를 먼저 회복한다는 것이 잘못된 행동을 그냥 넘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연결이 된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준이가 동생에게 화를 낸 것을 그냥 넘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준이가 열린 상태에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준이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 지안이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강요해서 나온 사과가 아니라, 이해에서 나온 사과였습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는 훈육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잘못한 순간 바로 혼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준이를 키우면서, 그리고 준이의 선생님들을 보면서 다른 방식을 배웠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감정적으로 격한 상태일 때 훈육하지 않습니다. 먼저 진정시키고, 상태가 안정되면 이야기합니다. 그 방식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더 깊이 이해된다는 것을 준이를 보면서 확인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피곤한 날, 제 자신의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날은 관계보다 훈육이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나중에 준이에게 말합니다. 아까 엄마가 먼저 들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미안해. 그 말이 관계를 다시 연결해줍니다. 훈육보다 관계가 먼저라는 것을, 매번 실수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관계 기반 훈육(Relationship-Based Discipline)은 처벌이나 강요보다 연결과 이해를 통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접근 방식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이 훈육에 더 잘 반응하고, 장기적으로 자기조절 능력도 더 높게 발달합니다. 관계가 훈육의 토대라는 것, 그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Positive Discip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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