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 안에 있는 시대입니다. 구구단을 모르면 계산기를 쓰면 되고, 역사 연도를 모르면 검색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암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준이를 통해 직접 봤습니다.
암기한 것과 이해한 것의 차이를 봤습니다
준이가 태양계를 학교에서 배웠을 때였습니다. 행성 이름을 순서대로 외웠고, 시험에서 맞췄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물어보니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그 자체로 이해가 없었으니, 외운 것이 휘발됐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준이가 공룡에 빠져서 직접 찾아보고, 질문하고, 연결하던 방식으로 태양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달랐습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 지구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태양이 더 가까웠을까요 멀었을까요. 그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찾아보면서 공룡과 지구의 역사, 태양계의 변화까지 연결했습니다. 그 내용은 몇 달이 지나도 기억했습니다. 자신의 질문에서 시작한 탐구였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 차이를 보면서 분명해졌습니다. AI가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에 단순 암기는 점점 의미를 잃어갑니다. 반면 정보들 사이의 연결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인지 과학 연구에서는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이 21세기 핵심 역량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암기로 키워지지 않습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연결하고,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는 경험이 반복될 때 발달합니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출처: ACARA - Critical and Creative Thinking)
준이에게서 본 것들
준이가 수학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납니다. 준이는 답보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수학을 잘하게 하는 자세라고 했습니다. 빠르게 답을 내는 것보다 천천히 이해하는 것이 결국 더 멀리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AI가 모든 답을 내줄 수 있는 세상에서, 답을 아는 것보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집니다. AI가 낸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해 없이 답만 아는 상태에서는 AI를 검증할 수 없습니다.
준이가 AI에게 질문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답을 물어봤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를 함께 물어봅니다. 왜 이 공룡은 멸종했을까, 그리고 그것이 지금 기후 변화와 비슷한 점이 있을까. 그 질문이 더 깊은 탐구로 이어집니다. 질문하는 능력이 AI를 더 잘 쓰게 만든다는 것을 준이를 보면서 실감합니다.
창의성(Creativity)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 핵심 역량 목록에서 항상 상위에 오릅니다. 두 능력 모두 암기로 키워지지 않습니다. 연결하고, 질문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랍니다. 그 경험을 일상 속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AI 시대 부모의 역할입니다. (출처: World Economic Forum - Future of Jobs Report)
일상에서 그 능력을 키우는 방법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이건 왜 그럴까?라고 함께 생각해보는 것. 책을 읽고 나서 만약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라고 묻는 것. 뉴스를 보다가 이게 우리 생활이랑 어떻게 연결될까?라고 이야기 나누는 것.
그 대화들이 쌓이면서 준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라고 묻고,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갑니다. 그 능력이 학교 성적보다 오래 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암기를 아예 안 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구구단처럼 자동화돼야 하는 기초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되지 않도록, 이해하고 연결하고 적용하는 경험이 함께 쌓이도록 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준이가 왜요?라고 물을 때마다 그 방향이 맞다는 것을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