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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육아39

호주 학교 뉴스레터 읽다가 놀란 이유 — 소통·투명성·문화 준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첫 뉴스레터를 받았을 때, 처음엔 그냥 공지 사항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한국 학교에서 받아본 가정통신문과 느낌이 달랐습니다. 내용도, 분량도, 톤도 달랐습니다. 뉴스레터 하나에서 학교 문화가 보였습니다.공지가 아니라 이야기였습니다한국 가정통신문은 대부분 학교 일정, 준비물, 안내 사항이 중심입니다. 형식적이고 간결합니다. 그런데 준이 학교 뉴스레터는 달랐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직접 쓴 인사말로 시작됐는데, 이번 주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개인적인 문체로 이야기하듯 써 내려갔습니다. 어떤 학년이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운동장에서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었는지, 다음 주에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읽으면서 학교 안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그리고 각 학년 담당 선생님들이 짧게 .. 2026. 6. 27.
한국어 책을 계속 사주는 이유 — 언어환경·정체성·투자 호주에서 한국어 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한인 마트나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한국에 갈 때 캐리어에 가득 담아 옵니다. 비용도 들고 번거롭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속 사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잘 읽지 않는 날도 있고,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 이유를요.읽지 않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준이가 영어 독서에 빠지면서 한국어 책에 손이 가지 않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어 책장에 책이 쌓여가는데 먼지가 앉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계속 사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어느 날 준이가 한국어 책장을 뒤적이는 모습을 봤습니다. 특별히 읽겠다고 꺼낸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 손이 간 것이었습니다. 책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환경을 만드는 것.. 2026. 6. 27.
한국어를 잊어가는 아이를 보며 느낀 것 — 언어·정체성·선택 어느 날 준이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는데, 준이가 영어로 대답했습니다. 한국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서툴러도 한국어로 대답하려 했는데, 그날은 아예 영어로 넘어갔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게 괜찮은 일인가.한국어가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봤습니다준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루 종일 영어를 쓰고 돌아오는 아이에게 한국어는 점점 집에서만 쓰는 언어가 됐습니다. 처음엔 한국어로 말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영어 단어를 끼워 넣더니, 나중엔 아예 영어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감정을 표현할 때였습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하거나 흥분됐을 때, 준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했습니다; .. 2026. 6. 25.
호주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 처음 갔던 날 — 문화충격·소통·적응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학부모 모임 안내문이 왔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영어도 완벽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떤 분위기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안 가도 될까 싶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갔고,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서 놀랐습니다.한국 학부모 모임을 상상하고 갔습니다한국에서 학부모 모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 앞에 학부모들이 앉아서 학교 방침을 듣고, 학급 임원을 선출하고,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아이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이미지를 갖고 호주 학교 학부모 모임에 갔습니다.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첫 번째로 놀란 것은 분위기였습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서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그 사.. 2026. 6. 25.
이민자 엄마의 아이 정체성 교육법 — 언어·문화·뿌리 호주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일상에서 영어를 쓰는 아이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이민자 엄마로서 오랫동안 고민했고, 지금도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정체성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처음엔 정체성 교육이라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했습니다. 한국어 학교에 보내고, 한국 역사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체계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준이는 한국어 학교를 싫어했고, 한국 역사 이야기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그런데 한국 명절에 함께 음식을 만들 때, 한국에 가서 할머니와 이야기할 때, 한국 드라마를 같이 볼 때는 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어.. 2026. 6. 14.
호주에서 혼자 육아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 — 고립·버팀·연결 이민자로 살면서 육아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없는 나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몸이 지치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텼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아이가 아팠을 때 가장 고립감이 컸습니다지안이가 두 살이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밤에 열이 39도까지 올랐습니다. 준이도 옆에 있었고, 남편은 야근 중이었습니다.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이 쉽게 내리지 않았습니다.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그 순간 옆에 엄마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습니다.한국이었다면 전화 한 통이면 달려와줄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호주에서는 그게 없었습니다. 새벽에 친정 엄마에게 전화했습.. 202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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