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육아133

호주 부모들이 아이를 기다려주는 이유 — 속도존중·자율·신뢰 호주에서 살면서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신발 끈을 혼자 묶으려고 한참 씨름하는 동안 옆에서 그냥 기다리는 부모, 아이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바로 알려주지 않고 지켜보는 부모. 빨리 도와주면 되는데 왜 저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다림에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기다림이 자연스러운 문화였습니다준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호주 부모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운동회, 학부모 모임.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었습니다. 호주 부모들은 아이를 재촉하지 않습니다.어느 날 학교 앞에서 한 엄마가 아이가 가방을 혼자 챙기는 것을 기다리는 장면을 봤습니다. 아이가 물건을 하나씩 천천히 넣는 동안 엄마는 옆에 서.. 2026. 5. 27.
남편과 육아 방식이 달라서 좋았던 점 — 균형·보완·다양성 부부가 육아 방식이 다르면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혼낼 때 제가 막고, 제가 아이를 감쌀 때 남편이 더 단호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 간극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름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엄한 아빠가 가르쳐준 것들남편은 저보다 훨씬 단호합니다.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준이가 자기 물건을 챙기지 않거나 집안일을 돕지 않으면, 저는 한 번 더 말하거나 대신 해주는 편이었습니다. 남편은 달랐습니다.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살 수 없어."처음엔 남편이 너무 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받을까봐 중간에서 막을 .. 2026. 5. 26.
육아 번아웃이 왔을 때 내가 한 것 — 신호·회복·경계 어느 날 아침,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일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피곤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번아웃인지 몰랐습니다돌아보면 신호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걸면 짜증부터 났습니다. 저녁을 차리면서 이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던 것들이 재미없어졌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기보다 소진되는 느낌이었습니다.그런데 그것이 번아웃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냥 지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육아가 원래 힘든 것이니까, 일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니까, 당연히 피곤한 거라고 넘겼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준.. 2026. 5. 25.
아이가 특별한 친구를 5년째 돕는 이야기 — 배려·공감·우정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귀는지, 학교에서 어울리고 있는지는 부모라면 누구나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를 친구로 사귀느냐, 그리고 그 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느냐는 아이의 인성을 보여주는 창이기도 합니다. 준이가 입학 첫날부터 지금까지 5년째 같은 친구 옆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처음엔 그냥 옆자리 친구였습니다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같은 반에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ADHD를 함께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걱정이 됐습니다. 어떤 영향을 받을지, 수업이 방해받지는 않을지. 부모로서 자연스럽게 드는 걱정이었습니다.그런데 준이는 그 친구를 그냥 친구로 대했습니다. 집에 와서 오늘 그 친구가 수업 중에 갑자기 일어났는데 선생님이 조용히 데리고.. 2026. 5. 25.
호주 초등학교 첫날 경험 — 입학문화·자율·다양성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은 어느 나라에서나 부모에게 특별한 순간입니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준이의 첫 등교를 경험했을 때,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당황스러웠던 것도 있고, 생각보다 좋았던 것도 있었습니다.입학식이 없었습니다준이가 호주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던 날, 저는 한국식 입학식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강당에 모여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듣고, 담임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사진을 찍는 그런 장면이요. 그런데 호주 학교에는 그런 형식의 입학식이 없었습니다.그냥 등교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교실 앞에 서 있었고,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습니다. 선생님이 준이에게 안녕, 여기 앉아도 돼라고 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너무 가.. 2026. 5. 23.
스크린 없는 주말 보내는 법 — 자연·놀이·대화 주말이 되면 아이들이 텔레비전과 게임을 찾습니다. 그걸 막으면 심심하다며 늘어지고, 허용하면 하루가 화면 앞에서 끝납니다. 스크린 없이 주말을 보내는 게 가능한 일인지,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방법이 생겼습니다.스크린을 끄면 처음엔 난리가 납니다처음 스크린 없는 주말을 시도했을 때 준이의 반응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심심해요, 할 게 없어요. 텔레비전을 안 켜면 어색하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저한테 와서 뭐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기회였습니다.그날 거실에 레고를 꺼냈습니다. 제가 먼저 앉아서 만들기 시작하니 준이가 옆에 앉았습니다. 지안이도 왔습니다. 두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도 텔레비전을 찾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이 없어서 지루했던 것이 아니라, 스크린이 있으면 다른 것을 할 이유가 없었.. 2026. 5. 23.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