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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잊어가는 아이를 보며 느낀 것 — 언어·정체성·선택 어느 날 준이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는데, 준이가 영어로 대답했습니다. 한국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서툴러도 한국어로 대답하려 했는데, 그날은 아예 영어로 넘어갔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게 괜찮은 일인가.한국어가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봤습니다준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루 종일 영어를 쓰고 돌아오는 아이에게 한국어는 점점 집에서만 쓰는 언어가 됐습니다. 처음엔 한국어로 말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영어 단어를 끼워 넣더니, 나중엔 아예 영어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감정을 표현할 때였습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하거나 흥분됐을 때, 준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했습니다; .. 2026. 6. 25.
호주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 처음 갔던 날 — 문화충격·소통·적응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학부모 모임 안내문이 왔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영어도 완벽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떤 분위기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안 가도 될까 싶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갔고,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서 놀랐습니다.한국 학부모 모임을 상상하고 갔습니다한국에서 학부모 모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 앞에 학부모들이 앉아서 학교 방침을 듣고, 학급 임원을 선출하고,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아이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이미지를 갖고 호주 학교 학부모 모임에 갔습니다.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첫 번째로 놀란 것은 분위기였습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서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그 사.. 2026. 6. 25.
아이에게 사과한 날 달라진 것 — 용기·신뢰·관계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모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준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던 날, 오히려 관계가 더 단단해졌습니다.처음으로 아이에게 사과한 날준이가 여섯 살 때였습니다. 제가 화가 난 상태에서 준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준이가 잘못한 것이 있기는 했지만, 제가 지치고 스트레스받은 상태에서 그것이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준이가 울면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한 시간쯤 지나서 준이 방에 들어갔습니다. 준이가 눈이 빨개진 채로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아서 말했습니다. 아까 엄마가 너무 크게 소리 질렀어. 준이가 잘못한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됐어. 미안해.준.. 2026. 6. 24.
AI 시대 암기보다 중요한 능력 — 연결·적용·창의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 안에 있는 시대입니다. 구구단을 모르면 계산기를 쓰면 되고, 역사 연도를 모르면 검색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암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준이를 통해 직접 봤습니다.암기한 것과 이해한 것의 차이를 봤습니다준이가 태양계를 학교에서 배웠을 때였습니다. 행성 이름을 순서대로 외웠고, 시험에서 맞췄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물어보니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그 자체로 이해가 없었으니, 외운 것이 휘발됐습니다.그런데 그 무렵 준이가 공룡에 빠져서 직접 찾아보고, 질문하고, 연결하던 방식으로 태양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달랐습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 지구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태양이 더 가까웠을까요 멀었을까요. 그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찾아보면서.. 2026. 6. 24.
독서 기록장 오래 유지하는 법 — 간단함·자율·습관 독서 기록장을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한두 달 만에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준이와 몇 번을 다시 시작했다가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방식을 바꾸고 나서 꽤 오래 유지하게 됐습니다. 그 방식을 나눕니다.실패했던 방식들이 있었습니다처음에 독서 기록장을 시작할 때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책 제목, 저자, 줄거리, 인상적인 문장, 느낀 점. 그 항목들을 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준이가 한 권을 읽고 나서 그것을 다 쓰려면 꽤 시간이 걸렸고, 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습니다. 결국 기록장 쓰기가 싫어서 책 읽기도 꺼리게 됐습니다. 독서 기록장이 독서를 망친 것이었습니다.두 번째 시도에서는 양식을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별점을 매기는 칸, 주인공 이.. 2026. 6. 23.
아이 키우며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본 순간 — 반복·치유·전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보다가 어릴 때의 나와 겹치거나, 내가 부모에게 들었던 말을 나도 아이에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것이 단순한 데자뷰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준이에게서 어릴 때의 나를 봤습니다준이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망설이는 편입니다. 태권도를 처음 시작할 때도, 수영을 배우러 처음 갔을 때도, 낯선 아이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도 한참 준비하다가 결국은 잘 해내지만, 그 시작 전의 두려움이 큽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의 제가 생각났습니다.저도 그랬습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앞에서 많이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어.. 2026.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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