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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책을 계속 사주는 이유 — 언어환경·정체성·투자 호주에서 한국어 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한인 마트나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한국에 갈 때 캐리어에 가득 담아 옵니다. 비용도 들고 번거롭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속 사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잘 읽지 않는 날도 있고,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 이유를요.읽지 않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준이가 영어 독서에 빠지면서 한국어 책에 손이 가지 않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어 책장에 책이 쌓여가는데 먼지가 앉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계속 사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어느 날 준이가 한국어 책장을 뒤적이는 모습을 봤습니다. 특별히 읽겠다고 꺼낸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 손이 간 것이었습니다. 책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환경을 만드는 것.. 2026. 6. 27.
호주 학교는 왜 발표를 많이 시킬까 — 자기표현·자신감·사고력 준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오늘 발표를 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크고 작은 발표가 학교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처음엔 그게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호주 학교가 왜 발표를 이렇게 많이 시키는지를 이해하게 됐습니다.발표가 일상인 교실 분위기준이 학교에서 발표는 특별한 행사가 아닙니다. 수업 중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그룹 활동 결과를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 자신이 조사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 거의 매주 이루어집니다. 한국에서는 발표가 긴장되는 이벤트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 교실에서는 그냥 수업의 일부입니다.준이가 1학년 때 Show and Tell이라는 활동을 했습니다. 집에서 본인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가져와서.. 2026. 6. 26.
한국어를 잊어가는 아이를 보며 느낀 것 — 언어·정체성·선택 어느 날 준이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는데, 준이가 영어로 대답했습니다. 한국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서툴러도 한국어로 대답하려 했는데, 그날은 아예 영어로 넘어갔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게 괜찮은 일인가.한국어가 조금씩 밀려나는 것을 봤습니다준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루 종일 영어를 쓰고 돌아오는 아이에게 한국어는 점점 집에서만 쓰는 언어가 됐습니다. 처음엔 한국어로 말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영어 단어를 끼워 넣더니, 나중엔 아예 영어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감정을 표현할 때였습니다. 화가 나거나 속상하거나 흥분됐을 때, 준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했습니다; .. 2026. 6. 25.
호주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 처음 갔던 날 — 문화충격·소통·적응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학부모 모임 안내문이 왔을 때, 솔직히 망설였습니다. 영어도 완벽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떤 분위기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안 가도 될까 싶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갔고,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서 놀랐습니다.한국 학부모 모임을 상상하고 갔습니다한국에서 학부모 모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 앞에 학부모들이 앉아서 학교 방침을 듣고, 학급 임원을 선출하고,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아이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이미지를 갖고 호주 학교 학부모 모임에 갔습니다.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첫 번째로 놀란 것은 분위기였습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서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그 사.. 2026. 6. 25.
아이에게 사과한 날 달라진 것 — 용기·신뢰·관계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모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준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던 날, 오히려 관계가 더 단단해졌습니다.처음으로 아이에게 사과한 날준이가 여섯 살 때였습니다. 제가 화가 난 상태에서 준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준이가 잘못한 것이 있기는 했지만, 제가 지치고 스트레스받은 상태에서 그것이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준이가 울면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한 시간쯤 지나서 준이 방에 들어갔습니다. 준이가 눈이 빨개진 채로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아서 말했습니다. 아까 엄마가 너무 크게 소리 질렀어. 준이가 잘못한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됐어. 미안해.준.. 2026. 6. 24.
AI 시대 암기보다 중요한 능력 — 연결·적용·창의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 안에 있는 시대입니다. 구구단을 모르면 계산기를 쓰면 되고, 역사 연도를 모르면 검색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암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준이를 통해 직접 봤습니다.암기한 것과 이해한 것의 차이를 봤습니다준이가 태양계를 학교에서 배웠을 때였습니다. 행성 이름을 순서대로 외웠고, 시험에서 맞췄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물어보니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그 자체로 이해가 없었으니, 외운 것이 휘발됐습니다.그런데 그 무렵 준이가 공룡에 빠져서 직접 찾아보고, 질문하고, 연결하던 방식으로 태양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달랐습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에 지구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태양이 더 가까웠을까요 멀었을까요. 그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찾아보면서.. 202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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